‘페루 헬기추락 참사’ 회사·유족 표정… “실낱 희망 헛되이” 침통
입력 2012-06-10 22:16
삼성물산 직원 4명 등 한국인 8명을 태우고 운항하다 페루 산악지대에서 실종된 헬기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자 회사 측과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헬기 실종 이후 탑승자들이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기대했으나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지자 오열했다. 이번 사고 헬기에 탑승했다가 숨진 삼성물산 김효준(48) 부장은 농구스타로서 1980∼90년대를 풍미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현준 선수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삼성물산 정연주 부회장이 사고 수습을 위해 10일 오후 3시15분 비행기로 페루로 출발했다. 유가족 대표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과 오후 8시 비행기 두 대로 나눠 타고 현지로 향했다.
정 부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땀 흘리던 우리 동료가 희생돼 너무나 충격이 크고 안타깝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며 “회사는 유가족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 사태를 수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사고 직후 구성했던 비상상황실을 사고수습대책반으로 전환하고 현장 상황 파악과 시신 수습, 분향소 마련, 장례절차 등 본격적인 후속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 김완규 부사장도 사고 수습을 위해 이날 오후 페루 현지로 출발했다. 삼성물산 직원들과 함께 수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를 시찰한 뒤 귀환하다 숨진 수자원공사 김병달(50) 팀장은 1990년 공사에 입사해 1999년부터 중동·중남미 댐 설계사업을 맡아왔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사고 현장에 갔던 현지 수색팀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헬기 잔해는 충격으로 200m까지 떨어져 나가 발견됐다. 사고 현장까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며 수색팀은 10일(현지시간) 헬기 탑승객 시신을 수습할 예정이다.
사고 헬기에 탑승했다가 숨진 이들은 1조8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답사차 지난 2일 출국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남동쪽으로 720㎞ 떨어진 지역에 추진 중인 이남바리(Inambari) 강 수력발전 사업은 페루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건립을 제안한 프로젝트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