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LPGA 은퇴…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했던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해 주세요”
입력 2012-06-10 22:03
‘버디퀸’ 박지은(33)이 12년 동안 정들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권을 확보하고 있어 선수생활을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다.
박지은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로커스트힐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친 뒤 “오랜 고민 끝에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아쉬움도 크지만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고 은퇴 결심을 밝혔다.
미국명 ‘그레이스 박’으로 불리며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 김미현(35)과 함께 LPGA 한국 1세대를 이끌었던 그는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1991년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미국 아마추어무대를 평정한 뒤 2000년 LPGA 투어에 데뷔, 2004년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통산 6승을 거뒀다. 2004년 최저타수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으며 ‘버디퀸’이란 별명도 얻었다. 거둬들인 상금만 600만 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2003년부터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에 시달리며 힘들게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2009년 4월 고관절 수술에 이어 2010년 8월 허리 수술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재기를 노렸다. 지난해만 해도 LPGA 풀 시즌을 소화하면서 KLPGA 투어 시드전에 출전, 올 시즌 투어 카드를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출발한 올해 거의 모든 LPGA 투어 대회에서 예선 통과에 실패하면서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빨리 치료했더라면 이렇게 은퇴하는 일도 없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미국 무대서는 은퇴하지만 KLPGA 투어 시드가 있는 만큼 골프계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수생활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보다는 한국에서 열린 2004년 LPGA 투어 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가족,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했을 때”라고 말해 오랜 이국생활에 지친 외로움의 일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 지쳐있어서 조금 쉬면서 향후 계획을 짜겠다”는 그는 “항상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했던 선수,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로 그리워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