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지원] “은행 붕괴 막으려면 최소 370억 유로 필요”
입력 2012-06-10 22:04
스페인 은행들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는 과거 부동산 거품 경제 때 지방자치정부들의 무분별한 건설 경기 붐과 관련이 깊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방정부들은 공항에서 수영장, 복합문화센터에 이르기까지 용도를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호화 건축물을 지었다. 은행 빚 등을 끌어다 일단 짓고 돈은 나중에 갚는 식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드리드의 위성도시인 알코르콘 시가 1억 유로를 투자해 지은 문화예술센터다. 세계적 랜드마크가 돼야 할 이 건물은 그러나 거품이 붕괴된 후 스페인의 과
소비를 상징하는 흉물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처럼 악성 부동산 대출에 몰려 위기에 빠진 스페인 은행 부문에 대한 실사결과를 8일 오후 전격 발표했다. IMF는 스페인 부실 은행 지원에 최소 370억 유로가 필요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할 정도로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결과는 당초 11일 발표하기로 했으나 9일 스페인의 구제금융 발표설이 나오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서둘러 공개한 것이다.
IMF는 스트레스 테스트(은행 건전성 심사) 결과, 메이저급 은행은 추가 손실에 버틸 힘이 있지만, 나머지 은행들이 국제 은행기준을 맞추려면 전체적으로 370억 유로의 돈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스템을 받쳐줄 ‘마루(floor)’ 역할만 할 뿐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배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결정한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 금액은 IMF가 진단한 최소 필요액의 2.7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IMF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스페인 경제가 올해 4.1%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내년에 1.6% 마이너스 성장하는 걸 전제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1.7%, 내년 0.3% 마이너스 성장이다. 앞서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하면서 구제금융 신청을 촉발했던 피치는 스페인 부실은행 재자본화에 드는 비용을 600억∼1000억 유로로 진단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600억 유로로 산정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