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내수부진 덫… 은행·증권·카드 ‘죽을 맛’

입력 2012-06-10 19:11


금융권이 유럽재정위기와 내수부진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올 들어 증권·카드·은행업의 실적이 일제히 곤두박질치고 있다.

유럽 위기의 재부상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는 증권업종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업 지수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30.62%를 나타내 의료정밀(-32.56%), 화학(-31.87%) 다음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의료정밀 업종은 워낙 편입종목이 적은 탓에 실질적으로 증권업종은 화학업종과 함께 수익률 부진의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도 증권업종은 3주 연속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증권업종 수익률은 지난 8일 종가기준으로 전주보다 2.25% 떨어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코스피는 0.06% 상승했다.

게다가 유럽 위기로 불안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는 바람에 유가증권시장의 5월말 거래대금은 4조6061억원으로 지난해 8월말(6조201억원)에 비해 25%(1조5040억원)가량 줄었다. 지난주 역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국회 통과도 미뤄져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어려워졌다.

카드사들은 내수부진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 1분기 연체율이 높아지고 순익도 크게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1분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서 올해 3월 말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2.09%로 전년 말

(1.91%)에 비해 0.18% 포인트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신용판매 연체율은 1.05%로 전년 말(0.96%)보다 0.09% 포인트 상승했으며 카드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0.22% 포인트 오른 2.91%에 달했다.

금감원은 “신규 연체채권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올해 들어 뚜렷해진 경기둔화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업카드사 당기순이익은 3408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4664억원)보다 1256억원(26.9%)이나 감소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카드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1323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에 카드비용은 10.1%(2235억원)나 늘었다.

1분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조원 감소했다. 은행들의 가장 큰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한 가운데 대손비용과 관리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거나 부실 대출을 손실 처리하는 명목인 대손비용에 지난해보다 7000억원 많은 2조4000억원이 들어가 경기침체 분위기와 맥을 같이 했다. 또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 지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5000억원 많은 4조9000억원에 달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