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민주 ‘이해찬 대표 체제’ 출범] 여야 ‘종북’ 대립 격화… 대선 이념전쟁 가능성

입력 2012-06-10 19:10

민주통합당이 이해찬 대표 체제로 새로 진용을 갖춤에 따라 ‘종북(從北)’ 이슈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했다. 일부 야당 의원에 대한 새누리당의 국가관 검증 제기에 ‘신(新)매카시즘’이라고 강력 반발해온 이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대립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대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돌발변수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종북’ 논란은 범(汎)보수세력 대 범(汎)진보진영 간 이념 대결로 비화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이 대표는 9일 전당대회 승리 직후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정권교체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면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는 종북주의, 매카시즘을 하지 말고 정말로 정책 경쟁을 하는 선거가 되도록 해 달라”고 새누리당에 경고했다.

강력한 대여(對與)투쟁 신봉자인 이 대표는 지난달 통합진보당 민족해방(NL)계열 핵심인 이석기, 김재연 의원 등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여당에 정면으로 맞서 왔다. 따라서 민주당은 일단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반격에 나서 새누리당의 이념 공세에 따른 반격을 도모하는 동시에 개혁성향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도 이번 기회에 야당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김영우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폭언으로 촉발된 민주당 내 종북 논란과 이 대표 개인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야권연대 당사자로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부정선거에 의해 국회에 입성한 이들(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과 관련된 안보 이슈가 여야 어느 쪽에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다. 과거 북풍(北風)이 불면 안정 추구 성향의 표심을 자극해 보수정당에 유리했지만, 근래 들어 이런 등식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3개월 뒤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 개혁진보 측 야당이 승리한 게 단적인 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종북 문제가 정국주도뿐만 아니라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킬 좋은 호재”라면서 “하지만 길어지면 분명히 역풍도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