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해찬 체제] 한숨 돌린 문재인-웃음 짓는 김두관-일격 맞은 손학규
입력 2012-06-10 18:58
전당대회 결과로 본 대선 경선후보 득실
민주통합당 6·9 전당대회 결과를 통해 대선주자들의 후보경선 판도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지도부 선거가 대선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져 그 결과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당내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자신이 밀었던 이해찬 대표가 박빙의 차이이긴 하지만 당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이 대표가 김한길 최고위원에게 밀리면서 문 고문은 위기에 처했다. ‘이해찬-박지원 담합’에 대한 역풍이 현실화되면서 대선후보 경선에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돌았으나 이 대표 역전으로 일단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문 고문은 자신감을 회복한 듯 10일 ‘민주당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역이나 계파를 넘어 당이 하나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일에 저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큰 승리를 위해 작은 아쉬움은 다 내려놓고 시작하자”고 당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저도 큰 승리를 위해 온몸을 던질 것이다. 꼭 이기자”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17일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수혜자는 김두관 경남지사다. 이해찬 대표와 대척점을 이룬 김한길 최고위원을 물밑으로 지원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킬 수 있었다. 김 최고위원이 비록 당 대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근소한 차로 2위를 함에 따라 문 고문에 대적할 만한 역량 있는 대선주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이 대표를 제외한 모든 최고위원이 비노(非盧) 인사여서 친노무현 핵심인 문 고문의 발목을 잡을 기초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 생도들을 사열한 사실을 전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밝혔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측근이자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낸 조정식 후보가 최고위원에 들지 못하고 7위로 밀려나면서 그의 텃밭인 수도권 장악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야권 내 ‘영남후보 필승론’을 깨는 게 손 고문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세균 상임고문의 경우 자파 소속 강기정 최고위원이 4위를 차지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으며, 정동영 상임고문도 자신이 지원한 이종걸 최고위원이 5위를 해 체면치레를 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