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터프한 매력에 푹 빠진 ‘용감한 여성들’… 여성바이크동호회
입력 2012-06-10 22:01
‘두두두두 부릉부릉.’ 화려한 400㏄ 바이크가 깊고도 육중한 소리를 뿜어낸다. 몸에 착 붙는 가죽재킷의 여성라이더가 엑셀러레이터를 당긴다. 천천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점이 되어 북한강변의 풍경 속에 숨어 버린다. 바이크와 여성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바이크에 올라 엑셀러레이터를 당기면 따가운 햇살과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질주할 때의 속도감, 코너링할 때의 짜릿함은 덤이지요. 그 신선한 감동을 얻기 위해 바이크를 탑니다.”
헬멧을 벗고 머리를 다듬는 직장인 윤지원(29·여)씨의 땀으로 범벅된 얼굴에 행복이 묻어난다. 바이크 타는 법을 가르쳐 주던 남자친구가 지금의 남편이다. 신혼여행으로 15일간 2000㎞를 달리는 전국일주를 했을 정도로 부부는 바이크 마니아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바이크라이딩에도 남녀 구별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여성들 몇몇이 모여 여성들만의 바이크동호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성바이크동호회 ‘위마코리아’를 만든 김윤정(38)씨는 “남성 위주로 운영되는 바이크 동호회에서 여성들은 늘 조연에 그쳐 여성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할리 데이비슨이나 경주용 바이크는 소리가 우렁찹니다. 올라타는 순간 엔진의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놈을 내가 조련하듯이 몰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법규를 잘 지키고 정속주행을 하면 위험할 것도 없습니다.”
육중한 바이크로 주행하려면 온몸을 이용해야 한다. 커브 길을 꺾을 때에는 다리부터 허벅지, 허리, 어깨, 심지어 머리까지 온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기 때문에 살이 찔 틈이 없다.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바이크를 타는 것은 인생과 같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을 즐긴다. 직선주로에서는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당겨 속도를 만끽하고, 모퉁이를 돌 때는 속도를 줄이면서 새로이 나타나는 세상을 즐긴다. 질주하다 힘들면 잠시 엔진을 끄고 서서 휴식을 취한다. 그렇게 즐기며 행복해하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평탄하지만은 않은 우리의 인생도 굴곡을 즐기며 완급을 조절하며 살아간다면 그 과정이 행복할 텐데….
사진·글=김민회 기자 kinm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