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웃음·튀는 풍자… 연극판 흥 돋우는 장진式 수다

입력 2012-06-10 17:34


영화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진(41) 감독의 연극 두 편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나란히 공연된다. 강력한 웃음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코믹 소란극 ‘서툰 사람들’이 8월 5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에서, 7성급 감옥에서 지내는 죄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허탕’이 15일부터 9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각각 무대를 올린다.

2008년 초연된 ‘서툰 사람들’은 류승룡 강성진 장영남 등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과 미모의 여배우 한채영의 연극 데뷔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2∼5월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서툰 사람들’은 김병옥 정웅인 예지원 류덕환 등 개성 있는 배우들로 인기를 끌었다. 여름을 맞아 이번에 다시 올리는 ‘시즌 2’ 공연에서는 장진 사단의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서툰 도둑 장덕배는 연극 ‘리턴 투 햄릿’의 조복래와 연극 ‘미라클’의 김민교가 맡았고, 오지랖 넓은 집주인 여자 유화이는 연극 ‘상계동 덕분이’의 심영은, 연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의 김슬기가 연기한다. 아래층 남자 김추락, 유화이를 짝사랑하는 서팔호, 유화이의 별난 아버지 유달수 등 멀티맨 역에는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 홍승균과 신인 배우 오강율이 번갈아 맡는다.

중학교 여교사 유화이의 작은 아파트에 침입한 좀도둑 장덕배. 덕배는 훔칠 물건보다는 집주인이 다칠까봐 걱정하는 도둑이고, 유화이는 도둑이 훔쳐갈 귀중품이 없어 안쓰러워하는 집주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대사와 행동이 서툴기만 하다. 장진 특유의 유머와 감각이 돋보이는 무대로 감동의 울림을 선사한다. 관람료 2만5000∼3만5000원.

1995년 정재영 정은표 주연으로 초연된 ‘허탕’은 99년 앙코르 공연 때 정재영 신하균 정규수 임원희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12년 만에 다시 올려지는 이번 무대에는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송유현 이진오 등 신예 배우들이 나온다. 이 무대를 거쳐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선배들의 인기 바통을 이어받을지 기대된다.

극의 배경은 지상 최대로 럭셔리한 ‘7성급 감옥’이다. 소극장 무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원형무대를 도입한 파격적인 무대장치가 볼거리다. 5대의 캠코더와 10개의 모니터를 무대 위에 설치,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영상을 극 중에 녹여내며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관객들이 감옥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 환상적인 감옥에서 죄수1이 여유롭게 클래식을 듣고 있다. 그러나 죄수2가 들어오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죄수2는 이상한 감옥 풍경이 혼란스럽고, 죄수1은 시종일관 미소로 적응을 권유한다. 그런 중에 여자 죄수3이 들어온다. 무언가 큰 충격으로 기억을 상실한 그녀를 보며 죄수2는 연민을 느낀다. 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가 폭소를 자아낸다. 관람료 3만5000원.

장 감독이 대표로 있는 문화창작집단 ‘수다’는 힘들고 어려운 대학로 연극시장에 상업적인 메커니즘을 도입하고자 올해 연극 시리즈를 기획했다.

‘리턴 투 햄릿’과 ‘서툰 사람들’에 이어 ‘허탕’이 세 번째 작품이다. 장 감독은 “관람객들이 연극을 재미있게 보고 응원의 박수를 많이 쳐주면 연극인들도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