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한국화가 조환 ‘강철로 빚은 산수화’] 이렇게 예쁜 꽃 가지가 실제론 강철이라고?
입력 2012-06-10 18:09
강철판을 잘라 매화 가지를 만들고 꽃을 만들어 붙였다. 댓잎도 만들고 산골짜기도 만든다. 용접을 하니 자국이 남고 그것은 가지와 꽃을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마치 종이 위에 먹을 치듯 작업한다. 때로는 녹이 슬기도 하지만 그것은 흐르는 세월의 흔적과 같다. 액자 속에 갇혀 있는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인 입체 조각으로 형상화한 조환(54) 작가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전통 한국화와 현대 조각의 만남을 통해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세종대 동양화과를 나와 미국 뉴욕에서 조각을 공부한 작가는 붓과 종이 대신 용접기와 철판을 들고 매화와 대나무 등을 그림 밖으로 불러냈다. 작품은 특정한 틀 없이 철판 그대로 전시장에 전시된다. 작품이 걸린 흰 벽은 마치 동양화의 여백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조명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실제와 환상의 경계를 드러내는 효과를 준다. 종이 산수화의 날렵한 맛은 덜하지만 진중함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그의 개인전이 13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린다. 철공소나 다름없는 작업실에서 예술적 노동을 쏟은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검은 가지에 붉게 핀 꽃(사진)을 묘사한 작품 등이 독특하다(02-733-5877).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