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활동 김원숙-한국서 활동 황주리… 두 여성화가 동시 개인전 눈길

입력 2012-06-10 18:09


그림으로 보는 서정시

김원숙 작가


김원숙 작가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12일부터 7월 8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2007년 이후 5년 만의 국내 개인전으로 브론즈로 조각한 ‘그림자 드로잉’, 1980년대부터 작업해온 ‘집’ 시리즈, 삶의 순간순간을 그려낸 ‘일상의 신화’,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화면에 옮긴 ‘숲 속의 정경’ 등 네 가지 테마의 50여점을 선보인다.

신문기자 출신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작가는 할머니에게서 듣거나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을 좋아했다. 홍익대에 진학한 그는 제도화된 수업이 자신이 추구했던 ‘개인의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1972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당시 미국 화단에 유행했던 색채 추상에 휩쓸렸다. 캔버스 위에 페인트를 붓고 모래를 끼얹는 작업도 했다.

그러던 중 “너의 이야기가 가장 너다운 작업이다”라고 조언한 한 교수의 영향을 받아 기존 작업에서 벗어나 내면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슬픔, 외로움, 허망함 등을 희망과 연민으로 끌어안는 그림을 그렸다. ‘서정시의 붓’으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에는 그러나 어두운 빛이 스며 있다. 6·25전쟁 중에 태어난 작가의 심리적 공포를 표현한 것이다(02-2287-3591).

순간을 표현하는 여유

황주리 작가


황주리 작가는 1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사랑의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을 캔버스 위에 화사하고 여유로운 색채와 구도로 담아냈다. 작가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캔버스라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사랑의 풍경을 캔버스는 물론이고 안경과 의자 등 갖가지 사물에 그려 넣는다.

출판사 경영인 아버지와 소설가 지망생이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작가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다.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틈틈이 수필과 단편소설을 썼다. 최근 2년간 웹사이트에 기고한 단편을 모아 ‘그리고 사랑은-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라는 제목의 그림소설을 펴내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사랑, 그건 꽃이다. 우리네 삶처럼 꽃은 피고 진다. 비록 질 때 질지라도 우리들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 사랑, (중략) 쉰 살이 넘은 지금 사랑의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아래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그림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소설을 통해 읽을 수 있다. 13일 오후 6시 전시장에서 소설 출간 기념회를 마련한다(02-732-355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