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찬규] 北 백두산 조금 얻고 中에 바다 양보했나

입력 2012-06-10 18:29


지난달 8일 선원 28명을 태운 중국 어선 3척이 서해에서 불법조업 혐의로 북한 측에 나포돼 황해북도 서도(西島)에 13일 동안 갇혔다가 같은 달 20일 풀려났다. 나포 후 나포자 측이 위성전화로 선주에게 몸값을 요구하고 중국 은행 개인명의 계좌에 입금하라는 등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행태를 보여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건 당시 요행히 현장에서 달아난 중국 어선이 있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입력된 항정기록을 판독한 결과, 중국 어선 나포 지점이 동경 123도57분, 북위 38도05분임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지금 북·중 간에는 어선 나포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심각한 대립이 발생했다.

中·朝 변계조약의 문제점

현재 북·중 간에는 서해상에 ‘해상분계선’이란 일종의 해양경계선이 있다. 1962년 10월 12일의 ‘중·조 변계조약’ 제3조2항에 근거를 둔 해양경계선은 이 조약 실시조약인 1964년 3월 20일의 ‘중·조 변계의정서’ 제12조에 그 획선(劃線)이 다음과 같이 명시되고 있다.

압록강 하구 폐쇄선상의 동경 124도10분06초, 북위 39도49분41초의 한 지점, 그 남쪽으로 동경 124도09분18초, 북위 39도43분39초의 한 지점, 다시 그 남쪽으로 동경 124도06분31초, 북위 39도31분51초의 한 지점. 이 세 측지원자(測地原子·geodetic datum)를 직선으로 연결해 조성되는 선을 ‘해상분계선’으로 해 서쪽을 중국, 동쪽을 북한의 관할권 하에 둔다는 게 그 내용이다.

중·조 변계조약상의 국경선이 국경하천인 압록강에서 끝나지 않고 바다로 연장돼 ‘해상분계선’이 설정되고 있음은 국경조약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것은 중국이 백두산 천지의 54.5%를 북한에 양보하고 45.5%만 차지한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백두산을 항일투쟁의 거점으로 선전했던 북한이 당시로선 이를 외교적 대성과로 자찬할 수 있었을지언정 반세기가 지난 현재의 안목으로 보면 씻을 수 없는 일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그 후 북한은 1977년 6월 21일 배타적경제수역(EEZ)법을 제정해 8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 법에 따르면 북한 EEZ는 영해측정 기선에서 200해리까지로 하되 대향 국가와의 거리가 400해리 미만인 경우에는 ‘바다의 반분선’까지를 EEZ로 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부터 대책 서둘러야

위 사건에서 중국 어선 나포 지점인 동경 123도57분, 북위 38도05분은 북한 EEZ법상의 ‘바다의 반분선’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 쪽에 있지만, 중·조 변계조약상의 ‘해상분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 쪽에 있다. EEZ법상의 ‘바다의 반분선’이 일방적 선언임에 반해 ‘해상분계선’이 양측 합의의 결과인 조약상의 제도임을 감안할 때 북한 측 주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북한 소행이 불법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중 간의 ‘해상분계선’이 지니는 함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폐지되지 않는 한 그것은 통일 한국에 승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법상 선행국가가 체결한 모든 조약이 후속국가에 승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계에 관한 조약은 속지성(屬地性)을 지니기에 승계되는 것으로 돼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에게해 대륙붕 사건에 대한 1978년 12월 19일의 판결에서 해양경계선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이 없으면 통일 후 조약승계 과정에서 난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1962년 중·조 변계조약은 간도 문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조약상 간도의 위치가 중국령일 뿐 아니라 그것이 중국령이 아니라는 부대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조약에 따르면 간도가 중국령인 것처럼 돼 있고 또 국경조약이 속지성을 지닌 처분조약(處分條約)임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의 조속한 대응조치가 없으면 간도 영유권 주장은 영원히 우리에게서 떠나버릴 수 있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간도 많지 않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