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도진희와 이석기

입력 2012-06-10 18:28

1956년 1월 30일,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36세인 육군 특무부대장 김창룡이 출근 중 괴한 2명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것이다. 김창룡은 ‘이승만의 오른팔’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실세(實勢) 중 실세여서 파장은 엄청났다. 수사결과 김창룡의 참모였던 허태영 대령을 포함해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이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최고 배후로는 강문봉 육군중장이 지목됐다.

이들이 군법회의에서 주장한 살해 동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김창룡이 개인 영달을 위해 사건을 조작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장성들 간 이간을 획책했다.” 이들이 언급한 ‘사건 조작’ 사례는 많다. ‘민주국민당 신익희 위원장이 인도 뉴델리 공항에서 6·25 때 납북된 조소앙과 밀담해 한국의 중립화를 도모하기로 획책했다’는 이른바 ‘뉴델리 밀담설’과 ‘부산 금정산 공비 위장사건’ ‘정국은 간첩조작 사건’ 등등. 김창룡이 남북 대치상태를 정치에 악용한 원조(元祖)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는 이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백범 김구 선생 암살을 사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그의 장례식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군장으로 치러졌다. 씁쓸한 장면이다.

김창룡 암살사건 때 정치인도 한 명 구속됐다. 범행에 사용된 지프차를 허태영 대령으로부터 산 자유당 소속 민의원 도진희씨다. 국회는 그해 도씨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했고, 57년 9월엔 자격심사를 거쳐 의원자격까지 박탈했다. 현역 의원이 자격심사를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 유일한 케이스다.

요즘 도씨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에다 종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처리 문제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통합당이 두 사람에 대해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 방안을 제기하자 과거 사례로 도씨가 새삼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 두 사례에는 모두 이념이 자리 잡고 있다. 도씨는 ‘적색분자 색출’ ‘군내 좌익세력 척결’에 지나치게 앞장선 ‘멸공주의자’ 암살 사건에 간접적으로 간여한 혐의로 불명예를 안았다. 이·김 의원은 뚜렷한 친북성향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도씨가 의원직을 상실한 지 무려 55년이 지났다. 반세기만에 도씨처럼 의원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벌어질까.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이 매카시즘 카드를 들고 대여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든 일차적 요인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