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경서 출입국 통제 부활… EU 회원국 정부, 불법 이주 차단위해 여권 검사 재개키로

입력 2012-06-08 18:49

유럽지역 나라 국민들도 앞으로는 역내에서 자유롭게 여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들이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국경에서 여권 검사 등의 출입국 통제를 부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F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내무·법무장관들은 7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어 여권 검사 등의 절차 없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한 ‘셍겐조약’의 적용을 최장 2년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유럽의 상당수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도 반대하고 있어 실제 입법화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발효된다.

셍겐조약은 회원국 국민들이 여권과 비자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한 협정으로 1995년 발효된 이후 현재 EU 회원국 중 22개국을 포함, 모두 26개 나라가 가입돼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한 회원국이 불법 이주자 유입 단속에 ‘지속적으로 실패할 경우’에 이웃 나라들이 해당국과의 국경 통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기준을 지키지 못한 나라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국경 통제는 1회에 6개월간 시행하되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EU 장관회의가 이 같은 조치에 합의한 것은 불법 이주자 유입의 급증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중봉기 이후 불법 이주자 문제는 유럽사회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EU 국경관리 기관인 프론텍스는 EU로 들어온 불법 입국자가 2010년 10만400명에서 지난해에는 14만1000명으로 35%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말리아에서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넘어와 유럽 전역으로 흩어지는 밀입국자들의 수가 부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를 비롯해 적지 않은 시민단체들은 국경 통제 부활이 유럽통합의 상징인 자유로운 이동과 이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유럽이 겪는 어려움은 이민자들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유럽 국가들로선 이민자들의 덕을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인 단체들도 무분별한 이민자 규제가 유럽 기업과 경제에 고통을 가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유럽의회의 보수정파 그룹인 ‘자유민주동맹(ALDE)’은 7일 밤 ‘EU 이사회가 유럽의회에 전쟁을 선포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장관회의의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

유럽의회 의장 마틴 슐츠는 “검문을 받지 않고 유럽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은 유럽통합 정신의 핵심”이라며 “그것이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개정안을 도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