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아키노 정상회담… 너무 많은 보호 바라는 필리핀

입력 2012-06-08 18:49

중국과 남중국해 섬들을 놓고 심각한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핵심 의제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양국 간 군사협력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겉으로 보면 이는 미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아시아 중시 국방전략을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는 2020년까지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 지역에 배치할 계획인데, 필리핀은 전략 요충이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지난 5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필리핀의 사전 승인을 전제로 미군 병력과 함정, 전투기들이 옛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미국은 또 최근 두 번째로 해안경비대의 함정을 필리핀에 인도하는 등 필리핀의 취약한 해군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필리핀은 미국과 일본 등의 군사 지원에 목을 매는 형편이다.

특히 아키노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과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필리핀이 중국으로부터 공격받을 경우 미국의 지원을 확약 받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필리핀은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필리핀이 공격받을 경우 필리핀을 방어하는 데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의 베트남·필리핀 순방과 해군 전력 아시아 증강 배치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을 의식, 이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필리핀이 요구하는 종류의 공식적인 ‘선언’은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뉴아메리칸시큐리티센터의 아·태 안보프로그램 책임자인 패트릭 크로닌 박사는 “미국은 필리핀의 군사력 강화와 중국의 압박을 저지하는 데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