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뭉친 非朴… “들러리 못해” 연찬회까지 보이콧
입력 2012-06-08 23:17
대선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친박근혜계의 ‘현행 룰’ 고수 입장에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은 당 공식 행사인 19대 국회의원 연찬회까지 집단 거부했다.
릐비박, “들러리는 절대 안된다”=정몽준 전 대표는 8일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연수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친박 중심의 지도부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에서 들러리처럼 연찬회에 참석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재오 의원도 지방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으며, 권성동 김용태 안효대 이군현 조해진 의원 등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와 이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의원 연찬회 이후 회동해 공동대처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요즘 타임머신에 탄 느낌이다. 민생이나 논의하지 당 정책에 토를 달지 말라고 하는데 그건 50년 전에 나왔던 얘기들”이라며 친박계를 공격했다. 김 지사 측 김용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와 “오픈프라이머리 요구에서 단 하나의 후퇴도 없으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기존 방식의 경선은 무산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어 “당 지도부에 작금의 사태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며 시정되지 않으면 경선 무산의 파국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했다. 비박 진영의 경선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경선에 출마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경남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당은 대선에서 지는 길로 가고 있다. 수도권, 중도성향 국민들이 당 경선 과정에 참여하는 개방형 경선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이와 함께 ‘완전국민경선제 쟁취를 위한 국민운동’ 소속 당원들은 연찬회 장소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당직자들이 건물 밖에서 시위할 것을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틀에 박힌 경선으로 ‘체육관 후보’를 뽑는 것보다 흥미진진한 다단계 경선으로 ‘국민후보’를 뽑아야 본선에서 승리한다”고 주장했다.
릐친박, “억지 떼쓰기 그만”=친박 측은 백번 양보하더라도 지역별 순회경선과 선거인단 규모 소폭 확대 정도만 검토할 수 있지 오픈프라이머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실익이 없다. (비박 주자들이 경선불참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기싸움 아니냐”고 일축했다.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경선 룰은 2007년 친이명박계가 주장해 관철된 것이다. 이를 문제 삼아 경선을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합당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찬회에 참석하면서 기자들로부터 경선 룰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비박 주자들이 연찬회에 오지 않았다” “경선 룰을 변경할 의향이 있는가”는 등의 물음이 이어졌지만 아무 말 없이 연찬회장으로 들어갔다.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쪽 모두 비박 잠룡들의 경선 불참은 막아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막판 대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경선 무산이나 파행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고 본선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도 박 전 위원장의 경선 캠프 출범을 늦추고 경선관리위에 각 대선주자 대리인들을 포함하지 않는 중립성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 감지된다. 황우여 대표는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관리위를 출범시킨 뒤 비박 주자들이 요구하는 것도 들을 생각”이라면서 “후보등록부터 하고 나서 다른 절차가 생기는 거지 (후보들이)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어야 등록을 하겠다는 것은 좀 아니다”고 했다.
릐‘반쪽’ 연찬회=비박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로 치러진 연찬회에서는 민생입법 대책, 대선 전략 등이 논의됐다. 원내 지도부가 마련한 봲불체포특권 포기 봲연금제도 개선 봲국회의원 겸직 금지 봲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봲윤리위 기능 강화 봲국회폭력 처벌 강화 등 6대 쇄신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뒤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생법안 추진과 관련해서는 4·11 총선공약 이행방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한편 연찬회에는 10대 소녀에서 30대 벤처기업가까지 6명의 ‘미래세대’가 이색특강 강사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연소 강연자 최훈민(18)군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어린 나이에 ‘희망의 우리학교’를 설립한 인물이다. 다수의 특허 출원자인 김지효(19)양은 공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졸자도 취업하기 힘들다는 유명 회사 연구소에 취직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이밖에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 도전기를 전해준 20대 청년들과 여성 사진작가도 나왔다. 이들은 특강 뒤 박 전 위원장과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