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중국… ‘만리장성 억지 늘이기’ 한국내 비판에 되레 “생트집” 반발
입력 2012-06-08 18:32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8일 한국 측이 만리장성을 옛 고구려와 발해 영역까지 연장한 중국의 조치에 대해 비웃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는 공연히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한국 언론, 만리장성을 고무줄이라고 조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가문물국이 최근 새로 측정한 역대 만리장성 총길이를 발표한 데 대해 한국 언론계와 학계가 “만리장성이 고무줄처럼 자유자재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고 비웃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한국 측 반발기류를 자세히 전했다. 신문은 “중국은 막무가내로 현재 국경선을 기준 삼아 국내에 널려 있는 모든 성벽을 장성이라고 본다”거나 “고구려, 발해, 거란, 여진 사람들이 건축한 성벽도 만리장성이라고 여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내용도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대표적인 반한(反韓)인사로 꼽히는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 뤼차오(呂超)의 말을 인용해 “한국 측이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고 반박하면서 “만리장성은 동쪽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쪽의 자위관(嘉欲關)까지라고 자주 말하는데 중국 경내에 이보다 더 오래된 장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뤼차오는 “고구려 시기의 유적을 포함해 모든 장성은 중국 민족의 문화와 유산”이라면서 “이번 측량 결과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판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고구려가 그들의 조상이므로 만리장성에 고구려의 것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뤼차오는 상업지 성격이 강한 환구시보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비판하거나 북한을 옹호할 때 자주 인용하는 인물이다. 중국 주류 매체들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만리장성 길이 연장이 한·중 간 새로운 논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루지 않고 있다.
국가문물국은 지난 5일 역대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포함해 총 2만1196.18㎞라고 발표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