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 흙, ‘세슘’ 첫 검출… 후쿠시마서 유입 여부 주목
입력 2012-06-08 18:33
경북 포항과 지리산 이남지역 토양 3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Cs) 134’가 검출됐다. 검출된 양은 인체에 영향이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토양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부의 입장과 엇갈리고 있다.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위원장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전국 50여곳의 토양·지하수·지표수·해수·대기·빗물 등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 134, 세슘 137, 요오드(I) 131이 검출됐다고 8일 밝혔다. 이 3가지 방사성 물질들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핵분열 때 나온다. 세슘 134는 국내 대기와 빗물에서 검출된 바 있다.
이 기구 내 감시센터(소장 최선수)에 따르면 세슘 134는 지난해 5월 31일 울산 울주군 신리의토양에서 ㎏당 2.0±0.07베크렐(㏃)이, 같은 해 8월 27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채취한 토양에서 0.48±0.06㏃이 각각 검출됐다. 이어 지난달 5일 경남 양산에서 채취한 토양에서도 0.44±0.07㏃이 나왔다.
세슘 134는 질량이 반으로 감소하는 반감기가 2년이고, 세슘 137의 반감기는 30년이다.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것인지 당장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부터 5월까지 전국 대기와 빗물에서 같은 방사성물질들이 검출됐었다”며 “이번 감시기구의 시료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채취돼 일본에서 직접 유입됐을 가능성을 입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12개 측정소에서 토양 조사를 하고 있지만 세슘 134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선수 소장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정부는 ‘일부 빗물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하는 기류를 타고 내려왔다’고 발표했지만 의문이 생겨 토양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슘 134가 남부지역 토양에서 검출된 점으로 미뤄 일본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설명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