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반된 발언 쏟아내는 금융당국 수장들
입력 2012-06-08 17:55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를 피력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관론을 펼친 반면 권 원장은 낙관론을 견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재정위기에서 은행위기로 확산되고, 이제 스페인의 은행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은 경제 규모가 그리스의 5배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가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위기 대비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권 원장은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있고, 그리 심각한 상황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나 스페인의 부도 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권 원장은 “9·11 테러 이후 미국 주도로 단행된 전 세계적인 저금리와 통화 공급에 따라 생겨난 부동산 등 자산의 거품이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 꺼지면서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의 발언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낙관적인 내용이다.
사람마다 경제 상황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각각 책임지는 공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경제 전망·진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의해 일사불란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현 상황에서 두 사람 중 한 명은 ‘양치기 소년’이 될 공산이 크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기 전에 경제정책 수장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큰소리를 치다가 시장의 불신을 자초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