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김연아의 訟事

입력 2012-06-08 19:58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송사에 나섰다. 상대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다. 스포츠 셀러브리티와 스타 교수 간의 대결이어서 관심이 높다. 법적 대상은 ‘쇼’라는 표현이다. 황 교수가 지난 5월 22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김연아가 교생실습을 갔다기보다 한 번 쇼를 했다”고 말한 부분이 김연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체육교육과 4학년인 김연아는 지난달 8일부터 4주간 서울 역삼동 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을 했다.

이번 다툼을 연세대-고려대 간의 대결로 보는 시각은 유치하다. 황 교수는 연세대 교수여서 팔이 안으로 굽긴 하겠지만 서울대 출신이다. 연세대에도 신지애같은 선수가 많다. 핵심은 대학이 스포츠 스타에게 베푸는 각종 특혜 혹은 배려를 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여기에는 김연아뿐 아니라 박태환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포함된다.

명예훼손 소송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툰다. 따라서 사실관계와 공익 여부가 초점이다. 황 교수는 방송에서 “교생실습은 4년 동안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나서 주어지는 것인데 김연아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고, 소속사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것은 맞다.

문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로 그 내용이 진실이거나 또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무죄라는 면책조항이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은 ‘공인의 행위 가운데 공적 관심사’ 정도로 압축된다. 재판부는 김연아가 공인인지, 그녀의 교생실습이 공적 관심사인지, 교생실습 행위를 쇼라고 표현한 부분이 김연아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는지, 그리고 예비교사의 자격을 얻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이 공개될 수 있다. 체육특기자들의 입학과정과 출결체크, 교수의 재량권 등 전반적인 학사관리 실태는 일반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다만 김연아 측에서 “황 교수가 사과하면 소송을 바로 취하하겠다”고 밝혀 소송이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그러면 대학의 ‘영업비밀’은 또다시 상아탑 안에 꽁꽁 숨을 것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