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X 졸속·부실·특혜성 선정 안된다
입력 2012-06-08 17:57
한국 방위의 중요한 몫을 차지할 차기 전투기(FX) 선정을 놓고 부실 또는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후보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라이트닝 II, 보잉사의 F-15SE 사일런트 이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3종이다. 하지만 F-35와 F-15SE의 경우 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실제 기체로 시험평가 비행을 하지 못하고 시뮬레이터나 유사부품 장착 기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값싼 경차를 사더라도 시험운전을 해 보고 사기 마련이다. 하물며 총규모 8조3000억원(유지 보수비용까지 합하면 10조원대)의 최첨단 전투기를 사는데 좀 심하게 말해 실물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산대서야 말이 안 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아직 테스트 단계인 F-35는 개발 중이어서 미군 조종사 외에는 탈 수 없다는 게 미국 방침이다. 또 F-15SE도 개발 중인 만큼 실물이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뮬레이터나 유사 기종을 활용한 시험평가는 실제 전투기의 성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고,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나 기체 결함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부실 평가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실물 시험평가 비행이 가능한 반면 F-35와 F-15SE는 시뮬레이터나 유사기종으로 대체하는 것은 공정경쟁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불공정 혹은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오는 10월로 예정된 기종 선정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F-35 등이 아직 개발되고 있는 중이어서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시험평가 비행이 안 된다면 개발이 완료된 뒤 확실히 시험평가를 해보고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현재 수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F-4, F-5의 노후화가 심해져 차기 전투기 도입이 시급한 형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부실, 불공정 논란까지 무릅쓰고 시험평가비행도 못한 채 졸속으로 기종을 선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