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현대삼호중공업 봉사단체 ‘한울타리’] 생활비, 집 수리까지 든든한 ‘울타리’

입력 2012-06-08 18:08


전남 영암군 삼호읍 현대삼호중공업의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한울타리’는 오직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후원을 목적으로 결성된 직장 동아리다.

한울타리는 목포와 영암지역 소년소녀가장 33명에게 매월 7만원씩을 후원하고 계절별로 연간 4차례 고구마 캐기나 여름 캠프 등 체험학습을 통한 만남의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설·추석 등 명절과 김장철 등 연간 4차례 소년소녀가장 집을 직접 찾아가 쌀 등 각종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집안 곳곳을 점검한다.

지붕에서 비가 새거나 벽지가 낡았다고 판단될 경우 ‘사랑의 집 고쳐주기’ 행사를 통해 지붕·화장실·창문 수리는 물론 벽 단장, 마당 포장 등도 해주고 있다. 그동안 11명의 집을 수리해줬다.

특히 한울타리 회원들은 매년 3월 신학기에 소년소녀가장들이 공부에 열중할 수 있도록 가방, 필기구 등 각종 학용품과 장학금을 지급하고, 소년소녀가장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후원을 계속하고 있다.

비용은 회원들이 매월 1만∼5만원씩 내는 회비로 충당한다. 회사에서도 행사 때마다 차량 지원 등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회원들은 요즘 후원하는 김주원(가명·17·고1)군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하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김군은 가정불화로 부모와 떨어져 어려서부터 할머니(65)와 단둘이 남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는 척추장애와 협심증을 앓고 있고, 최근 유방암 수술까지 받아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인근 식당에서 밤늦도록 잡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건강이 나빠진 김군의 아버지(45)가 최근 집으로 돌아와 자칫 지원금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울타리 회원들의 이런 활동에는 사연이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 회사가 부도가 나고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때 지역 주민들이 직원 2000여명에게 쌀 등을 보내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에 회사 직원들은 지역사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1년 소년소녀가장을 돕기로 의견을 모으고 ‘한울타리’를 결성한 것이다. ‘한울타리’ 이름엔 ‘소년소녀가장들과 한 가족이 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후 12년째 활동을 이어오면서 회원도 50여명에서 280여명이 됐다.

권상안(52) 회장은 8일 “소년소녀가장들을 도우며 오히려 회원들이 즐겁고 행복해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국가나 지역사회의 짐이 되지 않고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말했다.

영암=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