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년 6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하 배경… “경착륙 막아라” 돈줄 풀기 본격 나섰다

입력 2012-06-08 01:09

중국이 올 들어 두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데 이어 3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유럽 재정위기의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통화 및 재정 완화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수출과 수입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9%, 0.3% 증가했다. 수출 8.5%, 수입 10.9% 증가할 것이란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내수도 지지부진하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인 9.3%에 그쳤고 소매판매 증가율 역시 14.7%로 3개월 연속 15%를 하회했다.

또 전력 생산량은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에 그쳐 3월(7.2%) 증가율의 10분의 1 수준이며 같은 달 은행 신규대출액은 올 최저였다. 수출과 내수 모두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착륙을 막기 위한 중국의 돈풀기는 불가피했다는 평이다.

글로벌 경기부양 움직임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럽 위기의 여파로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꺼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준금리에 앞서 각국은 이미 금리 인하에 박차를 가한 상태다.

호주연방준비은행은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호주는 두 달 연속 0.75% 포인트나 금리를 끌어내렸다. 브라질은 지난달 금리를 사상 최저치까지 내렸으며 인도도 4월에 이어 오는 18일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7일(현지시간) 의회합동경제 청문회에서 추가 양적완화에 신중론을 보이긴 했지만 경기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경기부양에 대한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글로벌 경제권에 깊숙이 편입돼 있는 우리나라도 이 같은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8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하반기 중 1~2차례 금리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권이 요구하는 하반기 추경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7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지난해까지 금리를 많이 올린 만큼 금리 인하 효과는 선진국보다 클 것”이라며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통화정책에 이어 각국의 재정완화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