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임명 배경… “유럽발 위기 돌파” 혁신 신호탄

입력 2012-06-07 21:50

삼성이 7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을 컨트롤하는 미래전략실장에 전격 임명한 것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2의 신경영’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최 부회장 라인을 강화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의 경영 스승이다. 지난해 말 삼성을 완전히 떠난 이학수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수십 년간 이 회장을 보좌하며 ‘오른팔’ 역할을 해왔듯이 최 부회장은 이 사장에게 경영수업을 시키며 최측근에서 보좌해 오고 있다. 따라서 이학수 전 구조조정본부장이 2008년 7월 삼성 비자금 특검 사건과 관련해 물러난 뒤 2010년 11월부터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체제의 과도기를 잠시 거쳐 최 부회장이 삼성 오너 일가를 보좌하는 2인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93년 삼성 회장 비서실 전략1팀장을 지냈다. 2007년 정보통신총괄 사장, 2009년 1월 완제품 부문장, 2010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등을 맡으며 TV와 휴대전화 사업을 세계 1위로 견인하는 등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간판 CEO다.

재계는 삼성이 내년 6월 이 회장의 ‘신경영 발표’ 2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일류가 되지 못하면 망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며 ‘신경영’을 주창한 날이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의 교체와 관련해서는 이재현 CJ 회장 미행사건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을 비롯한 형제가의 소송전 등 삼성을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돼 전격 경질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에버랜드는 CJ와 신세계, 한솔제지 등 범삼성가에 흩어져 있던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 이재용 사장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마감된 삼성에버랜드 자사주 매입에 삼성카드(3.64%)를 비롯해 CJ(2.35%), 삼성꿈장학재단(4.12%), 한솔케미칼(0.53%), 한솔제지(0.27%), 신세계(0.06%) 등이 신청했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주당 182만원에 모두 5042억원을 들여 10.98%의 지분을 매입하게 된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에버랜드 최대주주는 25.10% 지분을 가진 이재용 사장으로 이 사장 체제가 공고해진다.

삼성은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성카드뿐 아니라 다른 주주들에게도 지분을 팔 기회를 제공했고 관련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에버랜드 지분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