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한 ‘가짜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이 파키스탄의 어린이 소아마비 환자를 늘리고 있다고 CNN이 7일 보도했다.
국제 소아마비 근절캠페인(GPEI)은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198건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고 이는 15년 만의 최고치이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병 건수”라고 밝혔다.
또 GPEI는 “세계적으로 소아마비 발병 건수는 급격히 감소했지만 파키스탄과 함께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은 아직도 소아마비가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소아마비는 5살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바이러스에 의해 퍼져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200여개 비정부기구(NGO)를 대표하는 인터액션은 지난 2월 데이비드 페트리어스 CIA 국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가짜백신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인터액션은 “국제보건관리들은 백신과 면역캠페인에 대한 불신이 파키스탄에서 질병을 퇴치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이 불신은 CIA의 가짜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 때문에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빈 라덴은 지난해 5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미 해병대의 급습으로 살해됐다. 당시 지역 언론은 ‘가짜백신프로그램’을 이용해 빈 라덴 거주지에 출입허가를 얻은 혐의를 제기하면서 의사 샤킬 알프리디가 CIA 정보작전에 연계됐다고 보도했다. CIA 작전에 불만을 품은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알프리디에게 반역죄로 33년형을 선고했다.
파키스탄 북서부에 있는 나우셰라 보건국 의사인 아샤드 아메드 칸은 “알프리디 의사 사건은 소아마비 백신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 사업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소아마비 백신 프로그램은 무슬림 어린이들에게 장애를 입히려는 서방 세계의 캠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구호단체들은 백신 프로그램이 정자를 파괴하고 자녀들을 불구로 만들려는 서방 세계의 계획이 아니라는 점을 부모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을 고용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CIA ‘가짜백신 프로그램’ 불신이 파키스탄 어린이 소아마비 키웠다
입력 2012-06-07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