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유로존 위기서 ‘나홀로 순풍’… 왜?
입력 2012-06-07 19:08
이 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평균치의 5배나 된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로, 재정이 양호하기로 소문난 독일(81%)은 물론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그리스(165%)와 비교 대상이 안 된다.
첨단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다. 이렇게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나라는 에스토니아다. 1년 6개월 전 유로존에 가입한 에스토니아는 유로존 유일의 재정 흑자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에스토니아는 경제성장률이 무려 18%나 줄어들 정도로 참혹한 타격을 받았다.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5년간 마이너스 성장률보다 높았다.
이랬던 나라가 불과 3년 만에 위기를 극복하고 고성장을 구가하는 비결은 뭘까. SEB 은행의 투자전략가 피터 코펠은 6일(현지시간) CNBC에 “긴축(austerity), 긴축, 또 긴축. 그리고 긴축”이라고 강조했다.
코펠은 최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열린 유럽·북미 지역 변호사 주최 콘퍼런스에서 유럽인들은 국가 부채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따르는 생활수준 및 임금·고용 저하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의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유럽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알레르기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같은 유로존이면서도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에서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해 파업 소요와 정권 교체 도미노를 겪은 것과 달리 에스토니아인들은 긴축을 말없이 받아들였으며 이를 강제한 정치인들을 다시 뽑아줬다.
후안 파르스 경제장관은 “고통스러웠지만 우리는 참고 견뎠다”며 “공무원 봉급을 20% 깎았고 공공인력도 10% 감축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연금수령 연령을 올리고 건강보험 혜택도 줄였다.
CNBC는 에스토니아에서 기성세대는 구소련 치하에서의 희생을 배우고 젊은층은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와 기회는 위기 시 단결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점도 위기를 극복한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