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극장가 스크린 전쟁 발발… 할리우드냐 한국영화냐,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12-06-07 18:43
극장가에 여름 특수를 겨냥한 스크린 전쟁이 시작됐다. 6∼7월은 대학과 초·중·고 학생들의 방학이 이어지는 데다 피서 일환으로 극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늘어나 설과 추석 연휴 못지않은 영화 흥행 시즌이다. 올해는 특히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극장가의 여름 관객몰이 경쟁도 빨라졌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다양한 한국영화의 대결이 볼만하다.
6월 들어서면서 기선을 제압한 영화는 ‘맨 인 블랙 3’(베리 소넨필드 감독)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6일 현재 누적관객 270만명을 기록했다. MIB(미국 우주범죄수사국) 소속 베테랑 요원 케이(토미 리 존스)의 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의 파트너인 제이(윌 스미스)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우주 감옥과 기발한 자동차 등이 볼거리다.
700만 관객 돌파로 올해 국내 개봉작 가운데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한 ‘어벤져스’(조스 웨던 감독)는 6월 이후 하향세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올라 있다. 한국영화는 지난달 17일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이 30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선보인 코미디 ‘차형사’(신태라 감독)는 60만명을 넘어섰다.
현충일인 6일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로메테우스’(리들리 스콧 감독)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3’(에릭 다넬·톰 맥그라스·콘래드 버논 감독), 사극과 에로가 결합된 한국영화 ‘후궁:제왕의 첩’(김대승 감독)이 나란히 개봉하면서 흥행싸움에 가세했다. 당분간은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 이들 영화의 3파전 양상이 6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글래디에이터’ 등으로 유명한 스콧 감독이 ‘레전드’ 이후 30년 만에 선보이는 SF(공상과학) 영화다. 2093년을 배경으로 우주탐사선 ‘프로메테우스’가 외계 행성에 도착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마다가스카 3’는 갖가지 동물들이 서커스를 펼치는 코믹 모험극으로 할리우드 스타 벤 스틸러가 주인공 사자 알렉스 목소리를 연기했다.
궁녀 화연(조여정)에 대한 성원대군(김동욱)의 연정을 그린 ‘후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9금’(19세 미만 관람금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19금’ 영화 가운데 70대 시인과 17세 여고생의 은밀한 사랑을 다룬 ‘은교’(정지우 감독)와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돈의 맛’(임상수 감독)은 각각 130만명, 110만명을 모았다.
여름철 빠질 수 없는 장르가 공포 영화다. 지난달 30일 개봉된 ‘미확인 동영상:절대클릭금지’(김태경 감독)가 올해 스타트를 끊었다.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박보영과 최근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영화 ‘특수본’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주원이 주인공을 맡아 5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7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 중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은 ‘도둑들’(최동훈 감독)이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 팀이 된 한국과 중국 도둑 10명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한다. 올해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아시아 8개국에 선(先) 판매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다른 나라에서’(홍상수 감독), 청소년들의 고민을 다룬 ‘천국의 아이들’(박흥식 감독), 미국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미란다 줄라이 감독) 등 아트 무비도 관람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이 속속 개봉해 더욱 풍성해진 올여름 극장가. 관람객들에게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