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터로… 유사부품 장착 기종으로… 차세대 전투기 ‘부실 평가’ 우려
입력 2012-06-07 18:26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사업과 관련해 후보군에 포함된 전투기 가운데 일부 기종의 시험평가를 실제 전투기가 아니라 시뮬레이터(모의시험장비) 또는 유사부품 장착 기종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FX 기종 평가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방위사업청과 공군, 방산업체 등에 따르면 후보 전투기 기종에 대한 현지 시험평가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가 7월, 보잉사의 F-15SE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8월과 9월에 각각 실시된다. 현지 시험평가는 공군의 전문 시험평가 요원들이 대상 기종 전투기를 실제 조종하면서 점검하는 것으로 평가 점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F-35는 실제 비행 테스트가 아닌 시뮬레이터로 현지 시험평가가 대체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F-35는 전문 조종사 외에는 탈 수 없는 상황이라 시뮬레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면서 “미비점 보완을 위해 한국 조종사가 동승한 추적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성능을 평가하는 방안을 록히드마틴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F-15SE 평가 역시 현재 운용되지 않고 개발 중이라는 이유로 우리 공군이 요구한 성능을 갖춘 부품이 장착된 기존의 F-15 전투기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자전(EW) 장비와 신형 헬멧 장비 점검은 이스라엘에서, 신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다른 장비 평가는 미국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제 운용 전투기를 직접 시험평가하는 기종은 유로파이터 타이푼 밖에 없는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시험평가는 실제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점검할 수 없고 전투기 자체의 결함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장비에서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전체로 조립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10조원대의 차기 전투기를 구매하는데 이런 평가방식으로는 안 된다”면서 “반드시 실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