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완규] 올 여름 전기는 문제없나
입력 2012-06-07 18:45
기상청 장기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은 예년보다 기온이 더 높고 무더울 것으로 전망되어 작년에 겪은 정전 사태가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지난해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은 전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전이 가져올 재앙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각종 경제활동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수족관의 물고기는 떼죽음을 면치 못하고, 공장의 기계는 가동이 멈춰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마치 영화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침략한 후에 나타나는 한 장면처럼 섬뜩하지만 실제로 정전이 발생하면 나타날 재앙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할 따름이다.
2011년 기준 전기의 원가보상률은 약 87%로 100원에 물건을 만들어 87원에 파는 꼴이다. 일반 장사 같으면 망해도 벌써 망했다. 이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차입금의 하루 이자비용이 무려 60억원이다.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의 kwH당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산업용, 가정용 모두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나라의 가계나 산업은 전기를 아끼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이제는 “돈을 물 쓰듯 쓴다”는 표현 대신 “돈을 전기 쓰듯 쓴다”는 표현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지난해 9월 순환정전 발생 후 각 언론은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했는데 그 결과는 어땠나? 다음날 최대전력은 전날의 기록을 경신하지 않았던가? 절전이 생활화되지 않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일본은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 발전 0’ 선언 이후 전년대비 15% 절전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놀랍게도 실적은 21%로 6%포인트나 초과 달성하였고, 노인들의 절전으로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여 오히려 방송에서 에어컨 사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하는 경우 분명히 사회적 편익이 사회적 비용을 능가하리라고 확신한다. 앞에서 예시한 으스스한 정전의 피해를 줄이는 것만 해도 엄청난 편익이 될 것이다. 게다가 전력사용에 있어서의 낭비와 비효율을 줄여 보다 효율적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편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올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정전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절전을 실천할 수 있는 성숙된 국민의식이다. 내가 조금 아끼면 나라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한전이나 발전사 등 공급자들은 전기요금의 일부로 조성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수요관리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개발을 통해 정전사태를 예방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구조조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해 원가절감노력에도 진력해야 한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