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 문란 부추길 사후피임약 약국 판매
입력 2012-06-07 18:45
식품의약품안전청이 7일 사후 긴급피임제를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의사 처방이 없더라도 약국에서 임의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의 계획은 사후피임약에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원치 않는 임신과 그에 따른 낙태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사후피임약이 약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 유력한 피임법이라는 환상을 심어줘 오히려 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후피임약의 피임 실패율이 15%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데, 피임 효과를 과신해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할 경우 낙태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후피임약을 2001년 일반약으로 전환한 스웨덴의 경우 6년 만에 낙태율이 17% 증가했다. 콘돔 사용이 줄면서 성병 등의 발생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종교계에서는 수정란의 착상을 막는 사후피임약이 생명윤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사후피임약 구입이 손쉬워지면서 그러잖아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불륜이나 청소년의 성 문란을 조장할 가능성이다. 보건당국은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청소년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 구입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느 약국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약을 청소년만 살 수 없도록 막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결국 성적 일탈을 견제하던 임신 공포만 감쇄시키게 된다.
부작용 논란도 남아 있다. 보건당국은 임상시험 등을 검토한 결과 사후피임약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긴급 피임약은 일반약에 비해 호르몬 함량이 10∼15배나 높아 적정하게 사용하더라도 여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자주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은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말 이 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사후피임약 판매 문제는 신체 부작용뿐 아니라 사회적 부작용까지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다. 섣불리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역효과를 미리 면밀하게 따져보는 보수적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