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윌리엄스·멘추, “중남미 마약과의 전쟁 ‘여성 잡는 전쟁’으로 변질”
입력 2012-06-06 19:26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두 여성 운동가가 멕시코,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남미 3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의 허상을 파헤친 충격적인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조디 윌리엄스(62)와 리고르베타 멘추(53)가 바로 그들이다.
윌리엄스는 1991년 미국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업무조정 책임자로 일해왔으며 97년 국제지뢰금지운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멘추는 과테말라 출신의 여성 인권운동가로 전 세계에 중남미 인디오들의 참상을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마야족 후손인 마야-키체족 혈통으로 특히 과테말라 내전기간 동안 토착민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92년 사회적 정의와 인종, 문화 간의 화합노력을 인정받아 역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6일 CNN에 따르면 윌리엄스와 멘추가 최근 열흘 동안 이들 국가를 돌며 파헤친 것은 여성인권 실태다. 이를 위해 피해여성 200여명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면담했다.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의 요지는 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마약카르텔과의 전쟁이 이로 인한 ‘여성 잡는 전쟁’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정부군의 군사력 강화가 마약척결로 이어지기는커녕 군사력 남용과 더 많은 폭력을 야기했기 때문이라는 것.
보고서는 “확대되는 군사화와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더 많은 폭력,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 증가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약과의 전쟁을 돕기 위한 미국으로부터의 재정지원이 여성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온두라스의 경우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여성 사망자가 257% 증가했는데 이 시기가 미국의 자금 지원이 2배로 늘어난 것과 맞물린다.
멕시코의 경우 마약과의 전쟁을 공약으로 걸고 펠리페 칼드론 대통령이 취임한 2006년 이후 여성 사망자가 40% 늘어났다. 과테말라는 2010년 685명의 여성이 살해돼 2000년 2134명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윌리엄스와 멘추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여성 폭력살해사건의 경우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새로운 유형을 발견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윌리엄스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의 경우 조사도, 해결도, 처벌도 없었다”면서 “이는 정치·사법적 시스템의 결함과 정치의지의 결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