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2인자 알리비, 美 무인기 공격에 사망… 빈 라덴 제거후 최대 성과

입력 2012-06-06 21:55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다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조직의 본산이던 파키스탄 알카에다가 급격히 쇠락하면서 핵심이 예멘·소말리아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부 야히야 알리비가 4일 오전(현지시간)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 자택에서 미중앙정보부(CIA) 무인공격기(드론)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미 언론이 5일 보도했다.

언론들은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그의 사망은 지난해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제거 이후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알카에다의 사실상 전부(all seasons for A.Q)’라는 평가에서 알 수 있듯 알리비는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조직의 핵심이었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해 고위급이 잇따라 사망한 뒤 사실상 조직의 운영과 작전을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CIA 요원은 그에 대해 “알카에다에서 가장 경험 많고 다재다능한 지도자”라며 “서방국가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리비아 출신으로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그는 1990년대에 독재자 카다피를 축출하려는 이슬람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알리비가 조직 내 입지를 굳히고 국제적인 관심을 끈 것은 2005년 아프간 바그람 미군기지 내 수용소에서 동료 수감자 세 명과 함께 돌로 경비병을 제압하고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 직후부터다. 이후 그에게 1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그는 특히 동영상을 통해 알카에다의 존재 이유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세계에 대한 항거의 필요성을 역설, 알카에다가 조직원을 신규로 충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알리비의 사망은 미국의 최근 반테러리스트 공격 중 가장 중요한 성공의 하나라는 평가다. 하지만 ‘롱워저널’의 테러 전문가 빌 로기오는 “드론 공격을 통한 알카에다 고위층 살해는 조직에 피해를 주겠지만 그들을 끝장내지 못할 것”이라며 “알카에다는 미 행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저변을 갖고 있다. 이들 사망자의 공백을 채울 지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