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생 자살 학교측 함구령… 은폐 급급했다
입력 2012-06-06 19:15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고교생 김모군(15)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김군 사건을 외부에 숨기려 한 정황들이 드러나 비난이 일고 있다.
6일 낮 12시40분쯤 대구 모 고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한 남학생(3학년)은 “2∼3일 전부터 선생님들이 일부 학생들에게 ‘밖에서 김군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말을 했고 이 사실을 학생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오전에도 ‘기자들이 온다’며 학교 문을 모두 잠그고 학생들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여학생(3학년)도 “학교에서 ‘기자 등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라’ ‘김군에 관한 이야기를 추측해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다”고 입단속 사실을 말했다. 심지어 학교 측이 일부 학부모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함구할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전혀 그런 적 없다. 학생들에게 확인해 볼 것”이라고 부인했다.
인터넷에는 대구 중·고생 잇따른 자살사건에 대해 애도의 글과 함께 교육계의 무능,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개혁을 촉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김군이 숨지던 날인 2일 저녁 가해학생 A군(15)과 만나기로 했던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 2일 낮 13시30분쯤부터 4시간 가까이 김군이 온라인 축구게임동호회 회원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했다.
김군은 상대방이 “너 죽으려는 거 아니지” “꼭 싸워야겠냐” “무슨 이유로”라는 물음에 각각 “오늘 다 끝날듯 하네요” “나오래요, 밤에, 학교로, 때리겠죠” “깝쳤대요(까불었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김군이 A군의 호출에 고민하다 심리적 압박감에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또 2일 오전 PC방에서 게임을 성의 없이 한다는 이유로 A군이 김군에게 “야 이 ××야”라고 욕설을 퍼부었고, PC방에서 나올 때 김군이 A군의 이용요금까지 낸 것을 확인했다. 귀가한 김군은 카카오톡으로 ‘스스로 죽을 예정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날 오후 A군의 집을 방문했지만 A군 부모가 조사 연기를 요청했다.
한편 김군의 장례식은 이날 오전 9시 유족과 김군의 친구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김군 시신은 화장 절차를 거쳐 경북 영천의 한 수목장에 안치됐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