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스페인, EU에 “도와달라”… 첫 자금지원 요청 “자본시장서 국채 발행 어려워”
입력 2012-06-07 00:23
“자본시장이 스페인에 문을 닫아버렸어요.”
스페인이 위기에 빠진 자국 은행권을 구제해달라고 유럽연합(EU)에 지금껏 어느 때보다 절박한 수사를 동원해 구명 호소를 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이에 압박감을 느낀 유럽 정치권 및 중앙은행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크리스토발 몬토로 스페인 재무장관은 5일 스페인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금리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은행구제에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몬토로 장관은 스페인 은행 구제에 필요한 전체 자금과 관련, “천문학적인 액수가 아니라 400억 유로(59조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문제는 이 돈을 어디서 얻느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이 반드시 움직여줘야 하고, 스페인 부실은행의 자본을 채워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언급은 7일 스페인의 20억 유로 국채 발행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시장 참가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시장에 나가기도 전에 실패 가능성을 선언하고 EU에 구명을 요청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4위 경제권인 스페인이 유럽 지도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시각이 많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은 5일 화상회의를 통해 유로존 채무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유로존 내에 보다 확대된 재정 및 금융동맹을 갖추는 문제를 논의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유로존 재정위기로 악화한 금융시장에 무제한으로 제공해온 단기 유동성 자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6개월째 0.1%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면서 “고정금리 대출을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며 적어도 내년 1월 15일까지는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독일과 오스트리아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손영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