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퍼펙트 스톰(글로벌 동시다발 위기) 온다” 비상경영 고삐

입력 2012-06-06 19:16


기업들이 유로존 위기 확대와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등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치달음에 따라 비상경영 고삐를 더 졸라매고 있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의 ‘대공황’ 발언으로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해운과 조선, 철강 분야는 장기침체가 계속되자 생산을 줄이고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던 전자, 자동차 기업들도 유럽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2억15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630억원)의 해외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6일 밝혔다. 만기 4년5개월의 이 채권은 표면금리 2.0%로 발행돼 동일 국제신용등급 기준의 스위스프랑 채권 발행물 가운데 역대 가장 낮은 금리인 데다 최대 규모다.

LG전자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는 데 쓸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1조40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회사는 추가로 회사채 발행 등도 검토하고 있다. LG그룹은 5일부터 한 달간 일정으로 시작된 ‘중장기 전략 보고회’에서 구본무 회장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방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5∼27일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위기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유럽을 돌아본 뒤 “유럽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다”며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사장단과 오찬을 갖고 유럽발 위기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주력산업이 정유와 통신 등 규제가 많은 내수산업인 데다 어려운 시기에 하이닉스반도체까지 인수해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SK그룹은 해외 신시장 개척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태국과 터키를 찾아 정재계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 강행군하고 있다. 최 회장은 터키 도우쉬 그룹과 5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 및 전자상거래 합작사 설립에 합의하고 태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PTT그룹과 미얀마 등 주변 지역에 대한 공동 해외 진출과 신규사업 협력모델 방안을 협의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지난 4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올해 경영목표를 재점검하고 전사적 비상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고 밝힐 만큼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각 사업본부별로 불요불급한 항목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투자와 경비예산 절감 목표를 수립하고 소비성 예산 등에 대해서는 최대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전 사업장의 출근시간도 30분 앞당겨 전 임직원들이 비상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