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저축銀 인수’ 당근·채찍 통했나
입력 2012-06-06 18:51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손사래를 쳤던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의 입장이 선회하는 분위기다. 인수조건을 완화한 데다 금융지주사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등 금융당국의 당근과 채찍 동원이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오는 14일 마감한다. 금융지주사들은 당초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하나씩 떠안은 이후 추가 부실과 수익사업 부재로 지금까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예보가 저축은행 매각 입찰공고를 한 뒤부터 기류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기류 변화는 당국의 잇단 러브콜 및 압박과 맥이 닿아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출범식에서 “금융지주회사 계열 저축은행들은 아직 볼륨이 크지 않아 추가로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금융지주사가 있다. 부실을 다 털어내고 넘겨주는데 왜 살 곳이 없겠느냐”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정부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금융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때 가서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저축은행 매각 조건을 완화한 것은 금융지주사에 던진 미끼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예보는 4개 저축은행에 대해 잠재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개별적 매각을 실시한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저축은행을 영업지역에 따라 패키지로 묶어 팔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 솔로몬·한국·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을 기존 총자산 2조원 이상 보유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규모가 작은 한주저축은행에 대해선 아예 자산규모 제한을 없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에 떠안기는 식의 매각유도방식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고 계약이전되는 자산(대출)보다 부채(예금)가 훨씬 많아 역마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주주나 이사회의 반대도 고려해야 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에서 “당국은 금융정책·감독 실패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부실을 금융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폭탄돌리기 식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공적자금 투입 등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한 처리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