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카누·자전거, 밤엔 캠핑 ‘레포츠 천국’… 여주 남한강 이포보오토캠핑장
입력 2012-06-06 18:23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이 여름철을 맞아 수변레포츠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변레포츠의 중심지는 강변에 설치된 오토캠핑장.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은 국토종주자전거길이 지나가는 곳인데다 주변에 역사·문화·자연 자원도 다양해 가족과 함께 하룻밤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재 완공된 강변 캠핑장은 이포보오토캠핑장을 비롯해 5곳. 여기에 아직 편의시설은 갖춰지지 않았지만 13곳의 캠핑장이 7월부터 속속 개장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대한카누연맹 등과 함께 카누 교실을 열고 강변 영화관을 여는 등 수변레포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경기도 여주 이포보오토캠핑장으로 수변레포츠를 겸한 캠핑 여행을 떠나본다.
남한강은 여주에서 ‘여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린다. ‘검은 말(驪)을 닮은 강(江)’이라는 뜻의 여강은 남한강 물길 중 여주를 휘감아 도는 40여㎞ 구간을 부르는 별칭. 여강을 품에 안은 고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고려의 문신 목은 이색(1328∼1396)은 여주를 가리켜 ‘반은 단청 같고 반은 시와 같다’고 극찬했다.
에메랄드빛 여강을 중심으로 산과 들이 서로 보듬은 여주의 산하는 한 폭의 산수화나 다름없다. 옛사람들이 대동강의 평양, 소양강의 춘천과 더불어 남한강의 여주를 우리나라 3대 강촌으로 꼽은 이유다. 산자수명(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한 고을에서 여주쌀과 여주도자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강바람이 시원한 이포보오토캠핑장은 막국수로 유명한 여주 천서리의 남한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포보오토캠핑장은 자신의 캠핑스타일에 맞춰 캠핑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차장과 캠핑장이 분리된 웰빙캠핑장 65면,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 60면으로 이뤄져 있다.
웰빙캠핑장은 말 그대로 차량과 캠핑 사이트가 분리돼 있는 공간. 이 때문에 수시로 차량이 드나드는 오토캠핑장에 비해 아늑하다. 다만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장비를 직접 들고 옮겨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캠핑장과 주차장 거리가 멀지 않아 힘들지는 않다.
남한강과 인접해 풍경이 아름다운 오토캠핑장은 산뜻하게 정돈된 사이트가 시선을 끈다. 사이트는 외곽에서 중심부로 차량통행로를 따라 동심원처럼 자리하고 있다. 앞뒤 사이트가 마주보는 구조이지만 차량이 교행할 정도로 도로가 넉넉하고 좌우로 야생화가 만발한 풀밭이 이어져 아늑한 느낌이다.
캠핑장의 하루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해거름에 시작된다. 가족과 함께 텐트를 설치한 후 자전거를 타거나 카누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남한강의 은빛 물비늘이 금빛으로 변한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휘영청 밝은 달 아래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가족끼리 이야기꽃을 나누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시원한 강바람을 자장가 삼아 텐트에 누어 밤하늘의 별을 세다 보면 어느새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황홀한 아침이 찾아온다.
이포보오토캠핑장은 여느 캠핑장과 마찬가지로 화장실과 샤워장, 세면대를 겸한 개수대는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 도로는 이포보오토캠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팔당에서 양평과 여주를 거쳐 충북 충주까지 이어지는 남한강자전거길은 강변 풍경이 아름다워 자전거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포대교 앞 천서사거리 부근의 자전거 대여점을 이용하면 된다. 대여점에서 1·2인승 자전거와 전기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이포보오토캠핑장은 현재 시범운영 중이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4대강이용도우미 홈페이지(www.riverguide.or.kr)에 가입한 뒤 예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약은 선착순이며 예약승인 메일을 인쇄해 현장 관리인에게 제출하면 원하는 곳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의 보가 설치된 여주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먹거리가 삼위일체를 이룬 고장. 여주의 명물인 황포돛배는 신륵사 맞은편의 조포나루에서 출발한다.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손꼽히던 조포나루는 조선시대에는 한강을 오르내리는 배들로 북적였다. 조포나루에서 출발해 얼굴바위와 여주대교, 여주군청을 거쳐 다시 조포나루로 돌아오는 황포돛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6회 운항한다.
여주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명성황후를 비롯해 7명의 왕비를 배출한 고장. 태종 이방원의 왕비인 원경(元敬)왕후, 숙종의 인현(仁顯)왕후, 영조의 정순(貞純)왕후, 순조의 순원(純元)왕후, 헌종의 효현(孝顯)왕후, 철종의 철인(哲仁)왕후가 모두 여주 출신이다.
명성황후가 여덟 살까지 생활했던 명성황후 생가는 여주읍 능현리에 위치한다. 이곳에는 생가 외에도 명성황후기념관, 감고당, 민가마을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명성황후기념관에선 명성황후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생가 옆 감고당은 명성황후가 왕비로 간택돼 책봉될 때까지 머물렀던 곳.
세종대왕은 이포보와 가까운 숲 속에 잠들어 있다. 영릉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합장릉. 서울 내곡동에 있던 왕릉을 예종 1년(1469)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영릉과 이웃한 녕릉은 조선 17대 왕인 효종과 인선왕후를 모신 곳. 병자호란과 볼모 생활로 고단했던 삶을 북벌계획으로 승화시켰던 효종의 기개를 엿보듯 재실 앞 회양목의 자태가 늠름하다.
여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