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인 사찰수사, 어떤 김서방이 납득할까
입력 2012-06-06 18:13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가 3개월여 만에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2010년 첫 수사에서 청와대 윗선을 밝혀내지 못한 검찰은 이번에 명예회복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형사부 소속 검사 14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그렇지만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부하인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사실 재수사 초기에 예견됐다.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및 사후 입막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책임자가 바로 권재진 법무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권 장관이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사가 검찰을 사실상 지휘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수사 결과가 부실한 것은 뻔한 이치다.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검찰이 총리실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문건을 확보하고도 실체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문건에는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돼 있다. 사찰 결과가 대통령에게 전달됐음을 강하게 시사하지만 검찰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지원관실이 운영된 2008년 7월∼2010년 7월 대통령실장을 지낸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장도 서면조사 하는데 그쳤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서면조사로 끝냈다. 현직도 아닌 전직을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의 관심사를 별일 아닌 듯 성의 없이 처리하는 검찰의 태도가 정말 실망스럽다.
권력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공직자를 감찰할 수는 있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반 국민들의 행동을 염탐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다. 검찰 수사결과가 이 모양이니 이젠 특별검사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특검이 검찰의 부실수사도 낱낱이 밝혀 엄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