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겨레얼 학교 이야기

입력 2012-06-06 18:17


며칠 전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탈북 청소년에 관한 기사를 읽고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오랫동안 불안에 떨며 떠돌다가 간신히 남한 사회에 정착했을 텐데 이곳에 와서도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싶었다.

“책 속에 담긴 사랑을 나누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뜻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한우리 독서지도봉사단이 작년부터 탈북 학생들을 돕는 곳에도 봉사를 나가게 되었다. 어느새 세 곳이 되었는데, 그중 겨레얼 대안학교라는 곳은 북한에서 교사였던 분들이 모여 운영하고 있다. 편모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엄마가 아이와 멀리 떨어져 경제활동을 하는 형편이어서 30여명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말이 대안학교지 낡은 건물 한 층을 세내 공부하고 있고 기숙사도 연립주택 두 가구에 남자·여자아이들로 나눠 단체생활을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얼마전에는 인연 있는 분들이 모여 후원회를 발족시켰다. 각자 나름대로 후원하던 분들이 마음과 힘을 합쳐 좀 더 효율적으로 도우기로 한 것이다.

갑자기 고생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꼭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일 중 하나이고, 언젠가 통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될 때 이 아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으로 가득찼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가 2만3000명을 넘었다. 제3국에서 입국을 기다리는 탈북자도 수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이젠 우리가 어떻게 탈북자와 더불어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융합하지 못하면 본인이 불행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많고, 실업률도 일반 국민의 4배에 이른다. 탈북자 정착 적응시설인 하나원에서의 교육과 초기 지원이 끝난 후 사회 적응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겨진 상황이다. 현 제도에서는 적응에 실패한 탈북자는 곧바로 사회안전망 바깥으로 추락하는 구조인 것이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고 좀 더 효율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개개인과 시민단체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것이다.

겨레얼 대안학교는 디딤돌 학교라고 하여 아이들이 남한의 일반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준비해 주고 있다. 또한 부모님을 대신해 생활보호도 하고 있다. 우리 봉사단에서는 아이들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 독서지도를 해준다.

얼마 전 봄 방학 때는 이곳 아이들과 2박3일간 놀이캠프를 다녀왔다. 나는 즐겁게 뛰노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억눌렸던 마음이 확 풀리기를, 그리고 저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박선이 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