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만리장성 억지 늘이기] “北의 정치적 변화에 대비한 포석”… 학계도 “터무니 없는 주장”
입력 2012-06-06 21:53
국내 학계에서는 중국이 새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만리장성 유적들이 명나라나 고구려의 유적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만리장성 늘이기에 주력해 왔다”고 전제, “그들이 주장하는 랴오닝성 단둥(丹東)의 후(虎)산성은 조선과 명(明)이 서로 견제하던 여진족을 막기 위해 과거 고구려성인 박작성(泊灼城)을 개축한 것에 불과할 뿐 선축(線軸) 하부를 보면 고구려 성임에 틀림없다”고 반박했다.
2009년부터 거의 매년 ‘후산성’을 직접 답사해오고 있다는 전 교수는 “중국은 동북공정을 제기한 10년 전부터 북한 영토에 위치한 청천강성까지 만리장성의 끝으로 표기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이는 동북아에서 일어날 정치적 변동에 대비하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사회가 불안정해질 것에 대비, 옌볜 조선족들을 통제하는 측면과 함께 그 이후 자연스럽게 북한의 정치적 변화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이 독도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중국 측 주장이 터져 나올 때만 대응하는 식으로는 근본 대책을 세우기 힘들다”며 “사실 우리보다 북한 측이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대외원조의 대부분을 중국 측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송호정 교원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중국 측이 주장하는 ‘후산성’은 고구려 성이 있었던 장소로 명나라 때 성벽을 개축했을 뿐 엄연히 고구려 성인 것이 분명하다”며 “명대에 개축한 것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의 장성들은 요하(遼河)를 넘지 않았다”며 “후대에 개축한 것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 건 중국 문명의 원류를 과거 오랑캐 땅이라고 치부했던 각 지역 문명까지 통합해 대중화지(大中和地)를 완성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인희 전남대 HK연구교수는 “중국 국가문물국이 새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4만3721개의 만리장성 유적지 가운데 옛 고구려 및 발해 지역의 유적지가 어느 정도 포함됐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고 말한 뒤 “중국의 ‘만리장성 늘이기’ 행보는 옛 고구려, 발해 지역이 중화민족 통치권에 속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를 축적하는 차원의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정철훈 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