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만리장성 억지 늘이기] 정부 “구체적 분석 후 철저히 대응하겠다”

입력 2012-06-06 21:53

정부는 중국 국가문물국 발표와 관련해 일단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한 뒤 철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섣부른 강경 대응으로 중국 측에 억지주장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6일 “내용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며 “고대사 부분은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왜곡의 소지가 있다면 철저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는 2004년 동북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대한 일련의 연구사업(동북공정·東北工程) 문제로 인해 양국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합의를 했다”며 “이후 중국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왜곡은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인지, 학계에서 점검할 부분인지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중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대두되자 2004년 8월 중국 측은 정부차원의 고구려사 관련 왜곡을 중지하고 시정을 추진하며, 양국은 학계 차원의 공동학술회의를 조기에 개최한다는 내용의 ‘한·중간 구두양해사항’에 합의했었다. 이후 정부는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에 역사관련 모니터링 팀을 만들어 중국 정부와 국가문물국, 당과 지방정부의 홈페이지, 각종 인터넷상 자료들을 매일 검토하면서 왜곡사항이 발견되는 대로 시정을 요구해 왔다.

합의 당시 정부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소개 부분에서 ‘고구려’ 명칭을 삭제한 데 대해 원상회복을 요구했으며,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사 홈페이지 ‘중국의 문화유산’ 소개 부분에 고구려사와 관련돼 왜곡된 부분을 시정토록 촉구했다. 현재까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해 각각 11건의 왜곡 내용을 적발, 시정을 요구했다.

중국도 왜곡된 내용을 삭제하거나 안내간판을 철거하는 등 상당 부분은 시정했다. 외교부는 우리 측 요청에도 검토 중이라며 시정을 미루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중 외교차관회담을 비롯해 주중 또는 주한대사관 등 다양한 외교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정을 촉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의 김현숙 팀장은 “이러한 결과는 중국의 입장에 비춰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면서 “각기 다른 시기에 지어진 장성을 진나라 때의 장성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학문적으로 전혀 가치가 없지만 이를 토대로 중국이 왜곡된 사실을 주장할 가능성은 큰 만큼 역사자료축적을 통해 차분히 대응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