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종북’ 공방] MB·박근혜 ‘종북 세력’ 비판 한목소리… 추념식 추념사·트위터에 글 올려

입력 2012-06-06 18:51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추종 세력에 연일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종북’이라는 단어를 집권 이후 처음으로 사용한 데 이어 현충일인 6일에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들”이라고 표현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과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 등에 대한 종북 성향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 대통령 발언은 정국을 ‘보수 대 진보’의 이념대결 구도로 변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국가관이 한창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지난달 28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북한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 달 3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 도발과 개혁·개방을 정면으로 거론했고, 지난 4일엔 김관진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또 5일에는 국가 유공자 유족들을 만나 “대한민국을 부정적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종북 비판 수위를 계속 높이자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야권을 향한 이념 공세에 가세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관’을 화두로 던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안보를 대선 쟁점으로 부상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그분들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조국과 자유를 손상됨 없이 지키고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라고 섰다. 앞서 그는 지난 1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향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발언에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도 없다”고 밝혔다. 핵심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6·25 전쟁의 폐허 속에 어렵게 일궈온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국민도 이해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원칙적인 언급을 (야당이) 색깔론이나 이념 공세로 몰고 가는 것은 온당한 판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공안정국, 색깔론 운운하는데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정치인들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얼마 전까지 통합진보당 종북 세력을 우리 당과 함께 같이 비판해놓고 민주당이 지금 와서 색깔론이라 뒤집어씌우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