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기 ‘上低下低’ 가능성, 하반기 재정 부족 우려… 정부, 세출예산 70% 상반기 배정 했는데

입력 2012-06-06 19:12


정부가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로 예상하고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 집행하고 있지만 유럽 위기 확산 등으로 경기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칫 하반기 재정부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및 가계의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집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불황 장기화도 우려된다.

6일 ‘2012년 예산배정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체 세출예산의 70%를 상반기에 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상반기 60% 내외의 예산집행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세출예산의 70% 수준을 상반기에 집중 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럽 재정 위기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재정조기집행 추이를 보면 올 4월까지 재정집행률은 40.5%를 기록해 당초 계획으로 잡았던 38.5%를 웃돌았다. 정부는 상반기까지는 예산집행 목표치 60%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외부 악재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하반기에도 경기부진이 이어지는 ‘상저하저’ 전망이 우세해졌다는 점이다. 그리스에서 불이 붙은 유럽 위기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확산될 기세인 데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경기도 심상치 않아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반기 성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며, 강만수 산은금융그룹회장은 “한국 경제가 올해 상저하고라는 전망과 달리 지속적으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가는 점저(漸低)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012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말 3.7%에서 최근에는 3.5%로 수정 전망했다.

상반기 예산집행률이 60%를 넘을 경우 올해 전체 재정집행규모 276조8000억원 중 하반기에 사용할 재정은 100조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 하반기 저성장이 이어질 경우 실탄 부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정부는 일찌감치 내년도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어 재정확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힌 상황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등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자체 증액할 수 있는 기금으로 중소·수출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른바 스몰볼로 불리는 미니경기부양책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3%초반대로 추락할 조짐을 보일 경우 균형재정이나 부분 경기부양만 고집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도 있는 만큼 추경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