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전사 미군이 부치지 못한 편지 43년만에 공개 “거의 죽을 뻔했지만 난 운이 좋아요, 곧 휴가…”
입력 2012-06-05 19:48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한 미군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43년 만에 공개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4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풍꽝타잉 베트남 국방장관이 하노이에서 회담 뒤 베트남군의 일기와 전사한 미군의 편지를 교환했다.
미군 101 공수여단 소속 스티브 플레어티 병장은 1969년 3월 베트남 북부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의 소지품에 포함돼 있던 편지들은 베트남군에 의해 전리품으로 노획됐고, 그 편지 내용들은 베트남군이 전쟁 기간 심리전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했다.
플레어티 병장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거의 죽을 뻔했지만 난 정말 운이 좋아요. 곧 휴가를 가는데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조만간 편지를 다시 쓰겠습니다”라며 곧 닥쳐올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지 못해 읽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또 여자친구 편지의 답장에서는 “너로부터 받은 달콤한 편지가 비참한 하루를 그나마 낫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치른 피투성이 전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썼다. 플레어티 병장은 이어 “베트남군은 죽을 때까지 싸웠으며, 어떤 베트남군은 부비트랩 폭탄을 몸에 두르고 우리에게 뛰어들어 우리 소대원 2명과 함께 죽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끝난 후 이 편지를 갖고 있다 전역한 북베트남 장교는 2011년 베트남 온라인 매체에 공개했고, 이 사실은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 실종미군 유해 발굴팀에 의해 알려졌다.
이모 마샤깁슨은 “편지를 읽자마자 흐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그와 내가 함께 당시의 전장에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플레어티는 6세 때 일본의 한 고아원에서 당시 그곳에서 근무하던 이복형을 통해 입양됐으며 야구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할 만큼 뛰어난 야구선수였다. 입대 후 6개월 만에 전사했으며 유해는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그린 론 공동묘지에 묻혔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