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장서 정영환 대위가 아내에 보낸 편지 “이 시간에도 조명탄·포탄·총성이 울린다오…”
입력 2012-06-05 19:49
“전투부대는 이 시간에도 베트공을 찾아서 산속을 헤매고 밤새도록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며 조명탄·포탄·총성이 울린다오.” “71년도에 중대장을 하며 입었던 상처로 인해 72년도는 연초부터 얽히고설키고….”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맹호부대 소속 대위로 참전한 정영환(72·강원 홍천) 할아버지가 당시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 등이 40여년 만인 5일 공개됐다.
국가기록원이 현충일을 맞아 호국·보훈 기록물 가운데 정 할아버지의 편지 3통과 6·25전쟁 당시 ‘유학성’이라는 이름의 군인이 장인·장모에게 보낸 1통 등 4통의 편지를 볼 수 있도록 한 것.
행정안전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정 할아버지 편지에는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베트남 전선의 긴장감 등이 담겨 있다. 편지는 1971년 초부터 72년 말 사이에 작성됐다.
정 할아버지는 “여보! 우리 형편이 좀 피어나기까지는 참고 살아갑시다. 당신과 내가 서로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지 않겠소. 대궐 같은 집과 큰 부자가 문제가 아니라 몸이 건강하고 서로의 마음이 하나라면 무엇을 더 원하겠소”라며 빈곤한 살림살이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편지에 당신이 매일 하는 일을 적어 보내주고 가정의 변화를 알려주오. 수당은 5월에나 당신이 받게 될 거요. 봄이 오는 계절에 몸조심해요.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달려가 뽀뽀하고 싶소”라며 아내를 알뜰히 챙겼다.
편지는 베트남 지도가 배경으로 인쇄돼 있다. 또 하단에는 “이기고 돌아오라 파월장병지원위원회(원호처)”라고 적혀 있다.
유학성이라는 군인이 6·25전쟁 당시 장인·장모에게 보낸 편지는 답장을 늦게 한 데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눈 내리는 겨울에 전투가 한창인 전선에서 처갓집 식구들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다.
유씨는 “병모(장모)님의 염려 덕택으로 잘 지내고 있으며 맡은 바 군 복무에 노력하고 있으니 저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편지의 주인공은 10여년 전 고인이 됐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