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4명 제청] 소아마비 鄕判, 대법관 된다… 김신 울산지법원장, 차별·편견 이겨내고 후보에

입력 2012-06-05 19:09

1982년 전두환 정권 시절 소아마비 장애우란 이유로 법관 임용에서 탈락하고 천신만고 끝에 판사로 임명된 이후 30년간 지방에서 비주류로 근무한 김신(55) 울산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에 올랐다.

김 원장은 어린시절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에 보조기를 해야 걸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 차별과 냉대로 인해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밤을 보내야 했던 그는 ‘성공’하는 길만이 이런 수모를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노력으로 76년 서울대 법학과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고 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2년 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판사로 지원했다.

하지만 법관 임용을 발표하던 날 그의 이름은 없었다. 장애우란 이유로 탈락된 것이다. 법관도 현장 검증 등의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에 장애우는 임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및 인권단체의 항의와 언론의 지적으로 5개월 만에 83년 2월 부산지법 판사로 임명됐다. 그 후 그는 부산과 울산 지역을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장애우가 있는 곳에 그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울산 지역에서 그는 장애인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2002년 6월 26일자 참조)에서 “장애우라고 해서 자신의 신체를 부끄러워하거나 열등감을 느끼며 소극적으로 살기보다 계속 자기계발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5일 김 원장을 비롯해 고영한(57) 법원행정처 차장, 김병화(57) 인천지검장, 김창석(56) 법원도서관장 등 4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이들은 다음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김능환·박일환·안대희·전수안 대법관 후임이다.

이 대통령이 이들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국회에 요청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투표를 하게 된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은 신임 대법관을 임명한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외의 각계각층 의견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 내용을 토대로 전문적 법률지식,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에 대한 소신, 합리적 판단력, 인품,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등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과 건강, 봉사자세, 도덕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평가 작업을 거쳤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이 보수 일색의 대법관 제청에 강력히 반발해 국회 동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도 불투명해 대규모 대법관 공석 사태가 우려된다.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다양성 반영 요구를 무시한 대법관 후보 추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재호 김재중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