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4명 제청] 지역안배 했지만… 보수·판사출신 일색 ‘다양성’ 부족
입력 2012-06-05 21:52
대법관 후보자 면면 살펴보니
양승태 대법원장이 5일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을 제청함에 따라 대법원은 보수성향 대법관으로 채워지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성향의 대법관 ‘독수리 5형제’ 중 마지막 멤버인 전수안 대법관은 다음달 10일 퇴임한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것도 대법원이 지나치게 보수성향의 대법관 위주로 구성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관 13명 가운데 판사 출신이 10명에 달한다. 대법관이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자리이기보다는 고위법관의 최종 승진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법대 출신 대법관이 11명에 달해 특정 대학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성별로는 남성이 12명으로 압도적이다. 현직 여성 대법관으로는 박보영 대법관이 유일하다. 50∼60대 서울대 출신 남성 대법관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영남 4명, 호남 3명, 충청 3명, 기타 3명으로 어느 정도 안배가 이뤄졌다.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은 양 대법원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평생법관제도 등 법관인사제도 개선에 기여한 점이 고려됐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안배 차원에서 발탁된 측면도 있다. 특히 1991년 서울고등법원 근무 당시 작성한 유성환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면책특권사건’ 판결은 근대사법 100년사의 100대 판결 중 하나로 선정됐고 많은 헌법교과서에 인용됐다.
김창석 법원도서관장이 유지담 대법관 이후 첫 고려대 출신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는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업 활동을 하며 법질서에서 벗어난 행위가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해도 범죄행위가 기업 활동 수단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는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소외된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국민연금 가입 전에 장애 징후가 있었더라도 질병의 대표적 증세가 연금 가입 이후 나타났다면 ‘가입 중 발생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 국민연금에서의 장애 범위를 확대해 약자의 보호를 도모했다. 또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하더라도 이를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병화 인천지검장은 안창호 서울고검장이 신영철·이인복 대법관과 같은 대전고 출신이라는 점과 김홍일 부산고검장이 BBK 수사 책임자였다는 점 때문에 대법관에 제청된 측면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재직 당시 중국산 김치나 농산물 등과 관련한 불량식품 제조 및 원산지 허위표시 등 유해식품 사범과의 전쟁을 주도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