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박근혜 때리기로 첫 활동… ‘從北 희석’ 노려
입력 2012-06-05 18:49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5일 오전 19대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의원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공개 활동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자신에 대한 제명 추진을 ‘의정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김재연 의원도 전날 밤 TV 뉴스프로그램에 출연, 공개적으로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종북주의 의원들이 사상 검증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격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은색 케이7(K7)을 타고 의원회관 신관 로비 앞에서 내린 이 의원은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사전에 보좌관들이 모여든 기자들에게 질문을 조율하고 사진 촬영에도 응해주는 등 언론 노출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는 작심한 듯 박 전 위원장의 제명 추진 언급에 대해 말을 꺼냈다.
이 의원은 “유신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에 인혁당 사건으로 무고한 민주인사들이 사법살인을 당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제명 추진을 “입법부의 입법살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2만불 시대에 500불 시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맹공을 펼쳤다. 그는 “정의감에 불타던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국회에서 활동하겠다”고도 했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그의 발언은 준비된 듯했다. ‘인혁당 사건=사법 살인’과 ‘제명=의정 살인’이라는 등식으로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한 것이다.
앞서 김재연 의원도 TV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관련 막말 파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런 것들이 저의 국가관의 문제로 번진다면 박 전 위원장의 5·16 군사쿠데타, 유신 등에 관한 국가관을 먼저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북주의 의원들이 ‘의정 살인’을 거론하며 박 전 위원장을 타깃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상 검증 공세에 정면돌파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부정 경선으로 불거진 당내 민족해방(NL)계의 위기 상황을 외부 공격을 통해 내부적으로 단결시키겠다는 의도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의원단 총회를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구당권파인 김·이 의원과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김미희 의원 등 6명만 참석해 결국 구당권파만의 간담회로 대체됐다. 신당권파와 중립 인사로 분류되는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김제남 의원 등 7명은 불참했거나 바로 자리를 떴다. 이들은 당의 사퇴요구에 버티는 두 의원에 대해 항의와 불쾌감을 표시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