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 푸틴, 중국 찾아 후진타오와 정상회담… ‘전면·전략적 협력’ 성명 채택
입력 2012-06-05 23:28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확대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두 나라 정상은 이날 회담 뒤 러·중 양국간 ‘전면적이고 대등한 신뢰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에 관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양국은 또 중국 톈완 원자력 발전소 3, 4호기 원자로 건설 협력과 이를 위한 러시아의 대(對) 중국 차관 제공에 관한 정부간 협정서도 가조인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와 중국 산업정보화부는 산업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양국 관광 당국은 관광 분야 협력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를 각각 체결했다.
러시아산 가스 수출과 북한 시리아 이란 문제, 항공산업 협력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대표 언론사인 이타르타스 통신과 신화통신은 언론분야 협력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밖에 투자, 금융 분야 관계 기관들 사이에도 일련의 협력 의정서들이 체결됐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공동 노력으로 양국 관계가 유례없는 수준과 질적 단계에 도달했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불참했던 푸틴 대통령이 보란 듯이 적극적인 중국 행보에 나선 것은 미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가시화되는 행동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정상간 회담에서는 특히 북한이 최근 핵무기 보유국임을 공식화한 데 대한 의견 조율을 어떻게 했는지 결과가 주목된다.
두 정상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서방의 제재 주장과는 달리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푸틴과 후진타오가 제12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기간에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하는 것은 서방의 이란 제재 속에서 석유 이권을 챙기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은 6∼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도 참석한다.
이번 SCO 정상 회의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 회원국 외에 옵서버로 인도, 파키스탄, 이란, 몽골,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대화 파트너로 스리랑카와 벨라루시 정상이 참석한다. 참석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을 겨눈 미국 등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