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들인 ‘거북선’ 비 새고 뒤틀리고… 사천시 역사교육관 ‘부실덩이’
입력 2012-06-05 22:10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에 있는 대형 거북선 모형에 대해 ‘부실 덩어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거북선은 길이 25.6m, 폭 6.85m, 높이 6.06m의 3층 구조로 천자·지자·황자총통 등의 무기를 탑재한 원형 거북선에 가깝게 재현해 지난 1일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하지만 지난 3일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은 김정미(43·부산시)씨는 기대와는 너무 딴 판이어서 놀랐다. 김씨는 “관람하기가 너무 불편해 역사교육 현장이니 새로운 볼거리 제공이니 하는 말들이 무색했다”며 “거북선 내부는 위험요인까지 도사리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5일 확인한 거북선은 내부에 인형들과 대포 몇 개를 설치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3층에 있는 대포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놓여 있었다. 각 층 높이는 너무 낮아 계속 허리를 굽히고 다녀야 했다. 그나마 천장이 조금 더 높다는 2층도 자세를 낮춘 채 이동해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비가 새고 안팎 곳곳에 흰곰팡이가 피었다. 입구 기둥들은 대부분 비틀어졌고 갈라진 부분은 실리콘으로 메운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군데군데 하자 보수 흔적들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층간 계단은 폭이 너무 좁고 경사가 심해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복도도 좁았다.
특히 철심이 촘촘히 박힌 지붕 위는 위험한 곳인데도 관리인이 없어 아이들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사천시가 예산 10억원을 들여 청소년의 역사교육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 제공을 위해 만든 모형 거북선이지만 본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거북선은 지난 1월 준공됐으나 구조나 안전 문제로 6개월이나 일반인에 대한 개방을 미루면서 보수를 한 것이다.
선박 전문가들은 “충분히 건조하지 않은 나무를 사용하면 갈라짐과 비틀어지는 현상이 심하고 또 비가 새는 원인이 된다”며 “목재에 흰 곰팡이가 피는 것은 나무가 썩는 것으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거북선 하자 보수를 계획했지만 예산이 없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 진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천=글·사진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