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말씀묵상이 지금 당신 삶을 바꾸고 있는가

입력 2012-06-05 18:12


말씀 묵상이란 무엇인가/서형섭 지음/갈릴리

저자 서형섭 목사는 한국외국어대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목회자가 되기 위해 서울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때부터 20여 년 동안 말씀 묵상을 해오고 있다. 말씀 묵상을 하면서 그는 무수히 자문해 보았다. “이 말씀 묵상의 규례가 내 존재의 심연을 터치하고 있는가?”

처음에는 기쁨으로 시작된 말씀묵상이 점점 부담으로 바뀌었다. 신앙의 공로가 되었다. 나중에는 율법이 되어 결국은 해치우는 습관적 종교행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는 이같은 현상을 “마치 시편 78편 60절에 나오는 언약궤는 있지만 하나님의 존재를 망실한 이스라엘 백성처럼 되었다”고 토로한다.

말씀 묵상이 형식적인 신앙 규례로 전락된 가운데 그는 교회 사역에 매진하게 되었다. 타인의 영혼을 책임진 목사가 되었지만 정작 그의 영혼은 갈수록 고갈되어 갔다. 그런 가운데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경험했다. 이후 잠잠히 하나님을 기다렸다. 오래도록 말씀 앞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말씀 묵상은 하나님을 존재로 만나는 영성의 실제다!

“그것은 제게 마치 사마리아 여인이 습관처럼 물동이를 들고 물가로 나갔다가 영원한 생수를 얻은 것과 같은 영적 사건이었습니다. 이후로 말씀 묵상은 일상의 영성이 되었습니다.”

그는 신앙의 언어가 존재의 심연을 건드리지 않으면 죽은 언어가 되고 만다고 말한다. 존재의 심연을 건드린다는 것은 ‘신앙의 언어가 우리의 심령을 뒤흔들고 존재적으로 변화시켜 하나님의 사람이 되게 하는 일련의 역사’라고 풀이한다.

사실 한국 교회 성도들은 기도와 함께 말씀 묵상에 대해서 전념하고 있다. 큐티(QT·Quiet Time)는 지금 신앙 운동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 목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것과 같이 한국교회의 큐티가 존재의 심연을 건드리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존재의 심연을 터치한 신앙의 언어는 더 이상 신앙의 언어로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언어로 환치되면서 존재 자체의 변혁을 유도하게 된다. 그러나 말씀 묵상과 기도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한국 기독교에서 존재의 변혁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저자의 고백처럼 말씀 묵상이 율법화, 습관화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습관적 말씀 묵상에 머물고 있는 한국 기독교계에 던지는 저자의 외침이다. 굿뉴스사역연구소 소장과 말씀묵상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가 미국 풀러신학교 목회학 박사학위논문으로 긴 세월 연구한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는 요한일서 1장3절을 인용하며 ‘기독교의 말씀 묵상은 종교적 규례를 넘어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가지는 영생의 사귐’이라고 규정한다.

책은 1장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하며 비전을 선포한다. 2장부터는 말씀 묵상의 역사적인 고찰을 시도한다. 성경과 교회역사를 통해 말씀 묵상을 살피며 한국교회의 말씀 묵상 운동도 소개한다. 3장부터 5장까지는 말씀묵상과 기독교영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평신도와 목회자, 교회의 성숙을 다뤘다. 가히 말씀 묵상에 대한 전부를 터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영성은 성경과 기독교 전통, 종교개혁 사상에 기반을 둔 진정한 영성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건강한 영성은 말씀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 연합하는 관계적 영성이 되어야 하고요. 이와 더불어 세상의 현실 속에서 정의와 공평을 행하고, 구원과 개혁의 사명을 다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해 나가는 실천적 영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 저자가 소장으로 있는 굿뉴스사역연구소는 정기적으로 말씀묵상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070-4098-7602·igmi.or.kr).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